Posted on 2007/03/18 14:48
Filed Under 펌질

조중동 따라가면 진짜 봉이 될수밖에 없다


월급쟁이들이 간식으로 피자 먹는 법

직장에서 출출한 오후가 되면 직원들끼리 돈 걷어서 간식꺼리 사 먹는 경우가 있다. 직원 10명이라고 치고 사장부터 말단까지 모두 1/N 해서 피자 패밀리 사이즈 두 판에 어쩌구 해서 6만원이 들었다고 치자. 각자 6천 원씩 막내 직원이 걷어서 음식 값을 낸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눈치 빠른 대리가 나섰다. 사장 2만원, 부장 및 과장 1만원씩, 나머지 5천 원씩, 막내는 공짜. 이제는 뭔가 그럴 듯하다. 물론 배달된 피자는 10명이 부담금과는 상관없이 공평하게 1/N 씩 먹는다. 더구나 현실에서는 막내가 가장 많이 맛있게 먹고 사장은 한 조각 먹는 듯하다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사장님이 다 내시면 어때요?

내친 김에 막내가 오버한다. 부유세라는 거 아세요? 사장님이 다 내시고 무상 간식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면 어때요? 부장과 과장이 막내의 오버질에 안절부절못한다. 사장 눈치만 살핀다. 그 이후로 이 회사에서 다시는 간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절대로 조금씩 더 내는 건 안 돼!!

어느 날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나와서 '나 그랑프리 먹었어여'하고 눈웃음 살랑살랑 친다. 먹고 싶어진다. 물론 그 피자 말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먹던 피자보다 대략 20% 정도 비용이 더 든다는 거다. 게다가 달랑 피자만 업그레이드 할 수 있나? 내친 김에 같이 주문하던 애피타이저 수준도 높아진다. 그럭저럭 토탈해서 30%의 비용이 더 든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까지 직위에 따른 부담금에서 동률로 증액해서 내기로 했다. 그랬더니 부장과 과장이 방방 뜬다. 사장 눈치보고 대신 분위기 잡는 거다.

"너희들 쥐꼬리만 한 월급에서 간식 먹는데 1천5백 원씩이나 더 낼 거야? 월급쟁이가 봉이냐?"

할 수 없이 그냥 평소처럼 돈 걷어서 슈퍼슈프림 피자로 먹었다. 뭔가 찝찝하다. 그냥 1천5백 원 더 내고 신제품 먹어보는 게 좋은 거 같은데 왜 부장님은 우리 생각하는 척 하는 거지?

모두 조금씩 덜 내도록 하자!

평소처럼 간식시간이다. 과장이 일장 연설을 한다. 우리 모두 간식비용을 절반씩 줄이고 아낀 돈을 모아서 각자 유용하게 쓰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평소보다 절반씩 내고 피자는 먹는 둥 마는 둥 입맛만 버린 간식이 되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끼리 퇴근하다가 간식 때 아낀 2천5백 원에다 3천5백 원씩 더 보태서 실컷 먹고 갔다. 뭔가 속은 기분이다. 원래 한 푼도 안내던 막내도 갑자기 거금 6천원이 날아갔다. 그 날 부장과 과장은 아낀 돈에다 조금 더 보태서 온 가족이 지들끼리 맛있게 먹었다.

조중동 따라가면 진짜 '봉' 된다.

조선일보가 월급쟁이 생각해주는 꼬라지가 딱 저런 거다. 부장, 과장이 부하직원들 생각해주는 척 하지만 오히려 부하직원들 만족도만 떨어뜨린 꼴이고, 결국은 따로 가서 더 부담하고 해소했어야 했다.

조중동이 지금까지 월급쟁이 봉이냐며 주장한 거는 두 가지 되겠다. 첫째, 세금 올리지 마라. 둘째, 세금 내려라. 근데 그게 사실은 따지고 보면 위에서처럼 딱 월급쟁이 봉 되는 길이다. 말하자면 조중동에 휘둘리면 봉 될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자영업자 상위 20%가 종합소득세의 90%를 부담하고 있고, 근로소득 상위 20%가 근로소득세의 76%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영업자의 48%와 근로자의 46%가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

세금이 늘어나면 고소득자부터 늘어나고, 복지가 늘어나면 저소득자부터 늘어난다. 문제는 중간지대에 있는 차상위 20~30%의 사람들이다. 고소득자들처럼 세금 부담이 많이 늘어나지는 않지만 직접적인 복지 혜택이 돌아오는 것도 체감할 수 없다. 이런 경우 자신의 소득을 정부의 처분에 맡기는 것보다는 자기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사용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지점이 정부의 '보이는 손'과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선택의 문제가 제기되는 지점이다. 물론 최상위 20%는 확고하게 세금 덜 내고 자신의 선택을 중시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위의 저 통계숫자를 외워둬야 한다. 주변의 10명중 5명은 간식 시간마다 무조건 해피하다. 또 다른 3명은 자신이 낸 간식 부담금보다 항상 4~5배의 만족을 얻게 된다.

그러나 체감할 수 없다고 나에게 돌아오는 게 뭐냐고 하면? 그냥 주변에 생각나는 거 아무거나 요금 수십 배 오르는 걸 생각하면 된다. 당장 모든 도로에 통행료가 붙는다. 출퇴근 하는 동안의 도로통행료만 해도 한 달 월급 다 나갈 것이다. 길거리 지나가다 양아치들이 시비 걸면 경찰서에 신고해야 할 텐데 아마도 112 접수자가 신용카드로 할 지 현금으로 할 지 물어볼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공공서비스에 엄청난 가격이 붙는다. 이게 다 세금으로 운영되거나 세금 때문에 저렴하게 쓰는 것들이다.

비전2030의 지지, 월급쟁이 '봉'잡는 방법이다

향후에는 보육과 교육부문에 대한 공공서비스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도로를 다니면서 무료인 것이 당연한 것처럼 아이를 낳으면 당연하게 도로처럼 보육시설을 통해 보육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교육 또한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방과 후 학교를 통해 에듀케어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이거 말고도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최소한도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회투자와 인적투자가 있다. 이거 정리한 게 비전2030 되겠다.

이런 것들은 재정확대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즉 주변의 10명중 5명은 피자비 부담 없이 '그랑프리 피자'로 업그레이드된 간식 먹는 것이고, 3명은 자기 부담보다 4배 이상의 만족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거 반대하는 조선일보가 누굴 봉으로 생각하는 걸까? 뻔하다. 말 그대로 대다수 월급쟁이를 봉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주변에 '월급쟁이 봉'이라는 의미를 거꾸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봉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어떤 이들이 월급쟁이를 봉으로 만드는 지 알려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워야 한다.

* 자영업자 상위 20%가 종합소득세의 90%를 부담하고,
* 근로소득 상위 20%가 근로소득세의 76%를 부담하고 있다.
* 자영업자의 48%와 근로자의 46%가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

* 그래서 세금 조금 더 올리면 월급쟁이는 '봉'잡는 거다. 세금 내리면 '봉'되는 거다. 주변의 10명중 8명은 그렇다.


노승환 컬럼니스트
2007/03/18 14:48 2007/03/1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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